기능은 모양보다 우선한다 - 디자인계의 한 기둥인 바우하우스 학파의 명언중의 명언으로, 기능에 충실하다보면 그 생김새는 자연스레 아름다워지게 되는법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있다. 그러나 바디빌딩에는 기능이라는 것이 없다. 근육의 벌크와 데피와 모양새만 남들보다 압도적이면 그사람은 만약 5킬로짜리 덤벨하나 못 들어도 우승하는것이 바로 바디빌딩이다. 바디빌딩에는 FUNCTION이 없다 FORM만 있을 뿐.
산업디자인의 거목 바우하우스의 모토가 나온김에 인간의 몸을 자동차에 비유해 보자. 사람들이 흔히 멋있다고 하는 운동선수들의 몸-격투기선수 육상선수 수영선수 등-은 자동차로 치자면 레이싱카 또는 스포츠카다. 벼락같은 가속력, 안정감있는 고속주행능력, 탁월한 방향전환능력을 추구하다 보니 스포츠카는 자연스레 누가봐도 아름답고 멋지다 할 만한 외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일부 힙합퍼들의 크롬떡칠 SUV들을 보자. 북미 흑인 힙합퍼들과 랩퍼들은 번쩍거리는 크롬도금장식을 사용한 SUV 매니아들인것으로 유명하고, 일반인 중에서도 이러한 자동차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 자동차들은 어디까지나 특정취향을 가진 일부 집단의 눈에만 멋져보일 뿐이다. 번쩍이는 크롬부품으로 도배된 값비싸고 거대한 SUV들은, 그 모습이 위압적이고 우람하며 값비싸 보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크롬장식SUV의 번쩍이는 외관은 어디까지나 그 외관 자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것, 이는 육체의 형태를 빚어내는 것이 최종목표인 종목 즉 바디빌딩 선수들의 육체에 비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자동차같은 공산품뿐 아니라 자연의 모든 생명체에도 적용가능하다 아니, 사실 자연은 기능성디자인의 시초이자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표범의 아름다운 털가죽, 경주마의 길고 탄력있는 다리, 백상어의 날렵한 몸통, 송골매의 뾰족한 날개... 이 모든것은 인간이 수만년 동안 그토록 우러러보고 닮고 싶어하던 자연의 아름다움이며 기능성의 정수 그 자체이다.
우리는 로니콜먼의 우람한 신체를 보며 경이로움을 느끼지만, 그것이 진정 멋지거나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극히 제한된 일부다. 미의 관점이 상대적이라는것은 널리 통용되는 상식이지만, 반대로 보편적인 미의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기능에 충실하면 아름다움은 절로 생겨난다 - 우리는 이 문구에서, 어떤 이가 보더라도 그 기능과 목적이 명확히 존재한다면 그 아름다움 또한 누가 보던지 실재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단순함과 기능성에 충실한 바우하우스의 전설적인 디자인모토는 바로 이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미의 가치에 대해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원문: 헬스근돼와 바디빌더들의 육체가 보편적으로 멋지지 못한데는 이유가 있다
ㅁㄴㅇㄹ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