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2011

무신론 FAQ


목차


1. 무신론, 무신론자가 뭐죠? (무신론의 정의 및 입장)
2. 신이 있다는 근거가 없다뇨?
3. 신이 없더라도, 일단 믿고 보는게 나을 수 있지 않나요? (보험 차원의 신앙에 대한 고찰)
4. 신이 없다면 만물의 근원은 무엇입니까?
5. 종교가 아니라면 아니면 우리는 어디서 도덕을 찾아야하나요?
6. 죽고 났는데 신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7. 종교의 자유는 존중해줘야 하지 않나요? 개인의 믿음은 소중합니다.
8. 무신론도 주장, 믿음, 종교 아닌가요?
9. 저는 종교적인 신을 믿지는 않지만 초월적인 그 무엇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어떤가요?
10. 종교는 사회활동에 크게 이바지하는데 없어져도 될까요?
11. 무신론의 입장에서 불교나 유교는 어떻게 봅니까?



1. 무신론, 무신론자가 뭐죠?

 무신론의 정의는 다양하고,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신이 없다는 주장을 무신론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유신론이 옳다는 근거가 없다(*틀리다는 것과는 다른 얘기)는 것을 무신론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일반적인 무신론의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합리적인 판단에 의거하여 신앙의 불필요성을 역설하는 것.'
 '신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보다는 '신앙이 불필요하다'가 더 포괄적이라는 점에 주목하세요. 신앙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려면 첫째, 신이 있어야하고, 둘째, 신이 추종을 원해야하며, 셋째, 우리가 그 신의 뜻을 바르게 이해하고 따르고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하며, 넷째, 신이 신앙에 대해 상벌을 주어야만 합니다. 이 네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사실이 아니라면 신앙은 불필요한 것이 됩니다. 그리고, 세상에 있는 종교라는 것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죠.

2. 신이 있다는 근거가 없다뇨?

 이상하게도 우리는 "신이 있다고 볼 근거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질문인데 말이죠. 이제 우리는 이 질문을 던져봅시다. 신이 있다는 근거가 있는가? 보통 종교인들은 경전이나 기적을 통해 신이 있다고 말을 하게 됩니다. 

 [경전] 1) 성경이나 기타 경전들이 신이 있다는 근거라고 말씀하시진 않겠죠? 그렇다면 <길가메시 서사시>는 길가메시라는 반인반신이 있었다는 증거가 되는 것입니까?

 [기적] 2) 기적이 신을 입증한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기적이란 것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전혀 없습니다. 증거, 증인이 명확한 기적이 단 한 개라도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둘째. '다른 종교의 기적은 어떤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슬람교, 시크교, 통일교, 기독교 등등... 모든 종교에서 기적을 말합니다. 기적이 곧 신을 증명하는 것이라면, 다른 종교의 신도 있는 것인가요? 이중잣대를 적용하지 않고서 생각을 해보십시오.

 혹시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신이 있음을 증명할 수 있으신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하여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있다는 증거도 없는 것을 믿고 추앙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입니다. 만약 제가 지금 지구와 화성 주위에 찻주전자 하나가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는 주장을 한다면 여러분들은 무시하겠죠? 그것과 같습니다. 신이 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무신론자들은 신이라는 개념을 무시합니다. (자료 1 참고)


3. 신이 없더라도, 일단 믿고 보는게 나을 수 있지 않나요?
 
 블레즈 파스칼의 [파스칼의 내기] 논증의 기본 개념을 담고 있는 질문입니다.

[ 신이 있을 경우,
  유신론자는: 천국
  무신론자는: 지옥
 신이 없을 경우,
  유신론자는: 본전
  무신론자는: 본전

 따라서, 신을 믿는 것이 낫다. ]

 하지만 이것은 문화적 관습에 의해 신의 속성을 '믿는 자는 천국, 불신자는 지옥'으로밖에 생각 못하는 데서 오는 오류입니다. 

 만약에 신이 우리 모두를 너무너무 사랑하여 믿음에 관계 없이 모두 천국에 보낸다면...?
 혹시, 신이 매우매우 엄격해서 기도로 만족하지 않고 1억명 중에 한 명이 따를 수 있을까 말까한 가이드라인을 충족한 자만 천국에 보내준다면...?
 혹시, 신이 합리적인 자를 좋아해서,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자신을 믿는 사람을 지옥에 보내고 용기있는 무신론자만 천국에 보낸다면...?
 혹시, 이런 '계산적 태도'로 신을 믿는자는 더 끔찍한 지옥에 보낸다면....?

 게다가 사후세계가 없고, 이것이 단 하나뿐인 인생이라면, 신을 믿느라 허비한 시간을 '본전'이라고 말할 수는 없죠. 눈속임입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제 뜻은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고 봅니다.


4. 신이 없다면 만물의 근원은 무엇입니까?

 일단 이 질문이 나온다는 것부터 무신론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네요. 일단 무신론은 신이 없음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만물의 근원을 설명할 책임이 있지도 않습니다. 굳이 묻는다면 '아직 모른다'가 가장 정직한 대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럽니다. '왜',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신을 믿는다고. 분명 과학은 아직 이에 대해 궁극적인 답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종교가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종교만이 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서 그 답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제시된 유일한 답'='정답' 일까요? 뉴턴의 시대에는 천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유일한 법칙이 뉴턴의 중력 법칙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의 이론이 틀렸음을 압니다.

 중요한건 종교가 제시한 답이 과연 옳냐 그르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종교가 제시한 답이 옳다고 볼만한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어떤 백번 양보해서 종교가 제시한 답 중에 옳은 것이 있다하더라도, 우리는 세상의 수 천가지 종교 중 하나를 정확히 찍어야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5. 종교가 아니라면 아니면 우리는 어디서 도덕을 찾아야하나요?

 종교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저런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무신론자 비율이 높은 북유럽에 현재 세계 최고로 살기 좋은 국가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요. 세계 4대 성인을 생각해봅시다. 소크라테스, 공자, 부처, 예수. 이들 중 그 누가 도덕을 종교와 초월자에서 찾았습니까. 예수 단 한명뿐이지 않습니까.

 종교(특히 기독교)는 세상의 도덕적 변혁을 이끈적이 없습니다. 노예 제도, 여성 차별, 왕권 강화, 인종 차별을 도우면 도왔지 먼저 나서서 해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이죠. 이 변화들은 모두 자유사상가들이 이끌었습니다. 도킨스의 지적대로 요새야 종교가 '틈새 시장'을 노려서 도덕 정점인척 행세하고 있지만 인류의 역사를 살펴볼 때 그들이 그렇게 행해온 것은 수십 년에 지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현재 동성애자를 가장 차별하는 것도 바로 종교인들입니다. 새로운 도덕적 변화에 가장 느리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종교입니다.

 인간은 종교 없이도 충분히 도덕을 따라왔습니다. 도덕이 종교만의 교유의 것이라는건 종교가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잘못된 관념에 불과합니다.


6. 죽고 났는데 신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사실 3번을 제대로 읽었다면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없습니다. 신이 있더라도, 그 존재여부를 명확히 모르는 우리의 상태로써는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답변은 해드리겠습니다.

 신이 우리에게 이성을 부여한 선한 존재라면, 합리적인 결론을 통해 '신앙이 필요없다!'라고 당당히 결론 내린 무신론자를 더 좋아할 것입니다. 만약 신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은 결과론입니다. 합리여부는 결과와 전혀 관계 없습니다. 기대값을 볼 때 복권 구입은 합리적이지 못한 행동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연히' 당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합리적인 행동으로 바뀔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합리성을 따지는 데는 결과론을 쓰지 않아야합니다.

 마찬가지로 신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내린 무신론의 '합리적인 결론'은 유효합니다. 그리고 그 '합리적인 결론'에 따르면 신앙이라는 것은 인류에게 불필요합니다. 친구에게 '네가 그때 로또를 샀으면 당첨됐을거야 이 멍청이!'라고 외치는 것보다 못한 질문입니다.

 만약 신이 있다면 신에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신이시여... 증거가 없었나이다."

 이것은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 버드런트 러셀의 말입니다. 신이 정말로 막강한 존재라면 그의 힘을 통해서 우리에게 그의 존재를 확신케할 수 있었을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서 우리를 지옥에 보내는건 또 무슨 경우랍니까? 우리에게 선택의 권리를 주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요? 공정한 선택이란 양자의 결과가 비슷해야만 합니다. 잘못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극형을 내릴거면서 '선택의 권리를 주었다'라고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만약 그런 악랄한 신이 있다면, 그 신의 곁에 가는 것보다 사탄의 곁에 가는 것이 더 낫다고 하겠습니다. 

 (자료 2 참고)

 7. 종교의 자유는 존중해줘야 하지 않나요? 개인의 믿음은 소중합니다.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FSM)이 세상을 창조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믿음을 존중해주어야 할까요? 이것을 종교로 보아 이들의 '종교행사'(일요일에 파스타를 먹는 것)를 지원해주고 세금 공제를 해주어야 할까요? 나아가 이들이 일요일에 모두가 파스타를 먹게 강요를 시키기 위한 법안 상정을 논한다고 해도 '소중한 믿음'으로 대수롭지 않게 보아도 될까요?

 위 사례에서 잘 볼 수 있듯이 모든 믿음이 소중한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그 아무 근거가 없는 믿음이 세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결코 옳은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현재의 종교입니다.

 혹여나 그 믿음을 개인적으로 간직하려고 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종교는 엄연한 사회 집단으로 성장해가고 있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한 무신론자들이 반종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8. 무신론도 주장, 믿음, 종교 아닌가요?

 아무 근거없는 생각을 믿음이라고 할 때, 무신론은 믿음이 아닐뿐더러 종교도 아닙니다.

 "인간의 생각은 100% 맞을 수 는 없고 항상 틀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무신론도 확실하지 않다. 그러므로 이것도 믿음이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00% 확실한 것만이 믿음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야 인간의 모든 생각이 믿음이 됩니다. 불확실한 생각에도 계층이 있습니다. 높은 확률로 옳은 것과 동전던지기 보다도 못한 확률로 그러한 것. 후자는 믿음이고 전자는 믿음이 아닙니다.


 9. 저는 종교적인 신을 믿지는 않지만 초월적인 그 무엇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어떤가요?

 만물에 신성이 있다.... 우주가 신이다... 이런 생각을 '범신론'이라고 합니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신앙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무신론자라고 생각합니다. 우주 자체가 신일 경우 우리가 그것을 추앙할 필요는 없습니다. 신앙이 불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범신론을 약한 무신론의 한 형태로 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범신론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해 보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주가 신이라는 것은 결국 우주의 법칙이 신이라는 말이 되며, 그렇다면 신은 의지도 인격도 없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신'일까요?


 10. 종교는 사회활동에 크게 이바지하는데 없어져도 될까요?

 일단 모든 무신론자가 반종교성을 띠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종교의 사회활동은 많은 경우 순수하기보다는 선교성을 지니고 있으며, 종교의 사회활동은 종교 단체의 경제적 규모에 비해 매우 작다고 하겠습니다. 이들이 헌금에 대해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국가에서 현재 종교 단체에서 하고 있는 것의 3배 혹은 그 이상의 복지를 할 수 있습니다.(자료 3)


 11. 무신론의 입장에서 불교나 유교는 어떻게 봅니까?

 먼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말씀드립니다.

 저의 경우 무신론의 토대를 이루는 논리는 증거가 없으면 믿지 않는 합리주의에 기초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것을 그대로 불교와 유교에 적용해봅시다. 불교나 유교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한 적이 없어서 이 두 가르침에서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신도들이 이것 가지고 많이 다투더군요)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건 이 두 가르침에서 증거도 없이 주장하는 것이 있는가입니다. 많습니다.

 예를 들면 윤회. 지옥. 영혼 개념. 이것들 모두 다 증거 없이 주장되는 것입니다. 번뇌와 관련된 붓다의 말도 엄밀히 말해서 개인의 주장이지 검증을 거친 것은 아닙니다. 합리적인 회의주의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다른 종교에는 없는 살불살조(부처를 비판하고, 뛰어넘어도 된다는 것) 정신이 있는 것은 존중해줄만하나 실제로 그렇게 행하는 사람이 드물다는점을 볼 때 불교나 유교 또한 무신론의 논리에 의한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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