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2012

압축근육(실전근육)의 허와 실

압축 근육(또는 실전 근육)은 사실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난 주제이다. '헬스클럽에서 길러지는 근육과는 다른 고효율의 압축근육이 있다'라는 주장은 필자가 초등학생 때나 논쟁거리였지 이제와서 저런 소리를 해봤자 들어줄 사람도 없다. 압축근육이라는 말 자체가 자신의 운동 방법을 설계할 때가 아닌 자신보다 몸 좋은 사람을 깎아내리는 용도로 사용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근육질의 몸을 담은 사진이 올라오면 "저런 과시용 근육보다 이소룡의 잔근육이 최고다!"라는 리플이 달린다. 아마 지구상에서 멸치들이 근육맨을 무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똑같은 근육 크기 내에서 더 큰 힘을 낼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고찰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역도같은 경우 같은 무게를 들어올리면 1kg이라도 체중이 가벼운 사람에게 메달이 가게 되어 있고, 격투기의 경우도 체급에 상당히 민감하다. 복싱의 경우를 봐도 플라이급의 기준이 48이상 51kg 미만이다. 51kg부터는 밴텀급이기 때문에 플라이급의 복서와 경기를 하지 않는다. 체중 2~3kg차이가 이렇게 큰 차이를 낳는 것이다.

 그런데 왜 압축 근육의 존재에 관한 문제 제기가 개소리 취급 받는 것일까? 압축근육이라는 말을 꺼내는 자들의 99퍼센트가 운동의 ㅇ자도 모르는 멸치들이란걸 알기 때문이다. 이들 세력은 이소룡과 상당한 관계가 있다. 사실 개소리 취급 받는 이유 자체가 이소룡 광신도 때문이다. 
<저 괴물같은 활배근을 잔근육이라고 하다니…….>
  사실 압축근육이라는 말 자체가 '똑같은 근육 크기 내에서 더 큰 힘을 낼 수 없을까?' 같은 고상한 질문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 지식인에 상주하는 광신도들이 이소룡의 낮은 체급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개념에 가깝다. 이소룡의 근육은 압축근육이며 때문에 60kg의 체구로도 100kg가 넘는 효도르를 이길 수 있다는 명제를 정당화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거다. 그래서 압축근육을 다루는데에 그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뻥은 여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그들은 이소룡의 운동 방법까지 창작하기 시작했다. 이소룡의 실전 근육은 기구 따위를 이용한 풍선근육이 아닌 오직 맨몸운동으로 다져졌다는 개소리가 인터넷에 너무 많이 퍼졌다. 내가 이런 손발 오글거리는 제목을 단 글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소룡의 지능 안티라면 이소룡만 욕할 것이지 왜 웨이트 트레이닝 자체를 깎아내리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압축근육의 존재에 관한 시원한 해답이 없는 것도 이런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는데에 큰 원인이 되었다.
 이소룡 팬들이 지능 안티라니 무슨 소린가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준비한 자료가 있다. 다음은 이소룡의 훈련 루틴 중 일부이다.
클린 앤 프레스 2세트, 8회
바벨 스쿼트 2세트 12회
바벨 풀 오버 2세트 8회
바벨 벤치 프레스 2세트 6회
굳 모닝 2세트 8회
바벨컬 2세트 8회
 지능 안티들의 말과는 달리 바벨 들고 하는 '풍선 근육용' 운동이 천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소룡이 사망도 굳모닝이라는 운동을 하다가 허리를 크게 다쳤고, 극심한 통증 때문에 약물을 과다 투여 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굳모닝은 요런 운동인데 따라하진 말자~>
  사실 난 이소룡이 현대 격투기 선수들보다 우월한 격투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현대의 격투기는 그래플링과 타격이 합해진 종합격투기이고 순수 타격가는 레슬러나 주짓떼로들의 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시대를 앞서간 천재로 인정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자신의 훈련 루틴에 도입 했기 때문이다. 그게 뭐 대단하냐 싶겠지만 60년대의 동양 무술인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는 건 매우 혁명적인 일이다. 사실 지금도 중국 무술 도장에서 웨이트 강조하는 곳 손에 꼽을거다. 뭐 결론은 맨몸 운동으로 만든 근육이 압축근육이라는 말은 멍멍이 소리란 거다.
 한편 이소룡 지능 안티들의 행보를 참다 못한 일부 팬들은 과학적 설명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찾아낸 답은 보디빌더들이 키우는 근육은 순간적인 힘을 내는 속근이고 이소룡의 근육은 오랫동안 힘을 내는 지근이라는 것이다. 얼핏 보면 이 설명은 완전 무결 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이소룡의 근육에 관한 설명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압축근육에 대한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이 글에서 말하는 압축 근육은 크기에 비해서 큰 힘을 내는 근육이기 때문이다. 실전 근육이라고 말을 바꿔도 마찬가지다. 실전의 사전적 정의가 싸움이긴 하지만 보통 실전이란 말은 연습이 아닌 실제의 상황을 두루 이르는 말로 사용 된다. 그렇다면 격투기에 필요한 근육만이 실전근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싸우는 일은 1년에 한두번 정도다. 실생활에서의 유용성과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을 1년에 한두번하는 쌈박질을 위해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실전근육이라는 것은 친구네 집 이사할 때 이삿짐 잘 날라주는 근육,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 빨리 뛰어갈 수 있는 근육, 여친이 다리 아프다고 징징댈 때 업어줄 수 있는 근육이지  쌈박질 잘하는 근육이 아니다. 쌈 잘해봐야 늘어나는건 별뿐이다.
 맨몸 운동 숭배에 관한 반박을 하다보니 글이 길어져서 여기쯤에서 끊어야 겠다. 다음의 글에서는 근육의 크기가 꼭 힘에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역도나 스프린트 같은 운동의 예를 들어 설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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