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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살 깎아먹는 애국주의 소비
삼성전자는 애플과 같은 다국적 기업이다. 외국인 주주 비율이 절반을 넘어 60%에 이르고, 국내 주주 비율은 급속히 줄고 있다. 당연히 삼성전자 수익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간다. 올해 제출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4년간(2008-2011) 삼성전자가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은 1조6053억원으로 국내 기업중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외국으로 빠져나간 배당액 10조629억원의 10%에 달하는 액수다.
주주의 국적과 관계 없이 국내에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지 않느냐고 물을 지도 모르겠다. 삼성의 휴대폰 해외생산 비율은 이미 2010년에 80%를 넘어섰다. 그리고 얼마 남지도 않는 국내 몫까지도 부지런히 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올 10월 베트남 현지법인을 찾아, 베트남을 세계최대 휴대폰 생산 기지로 육성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삼성은 베트남에 22억 달러(약 2조 4천억 원) 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베트남은 이미 삼성 휴대폰의 4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곳이다.
삼성은 완제품뿐 아니라 반도체 생산도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이미 미국 텍사스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1차로 23억달러를 투입했고, 앞으로 70억 달러(약 7조 7천억 원)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단순 제조만 외국에서 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연구나 설계 등 '고급노동'은 국내에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이 판단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는 다음 글에서 밝히기로 하고, 우선 한국 업체들이 소프트웨어나 제품개발 마저 국내에서 계속할 의사가 없다는 점부터 지적하자.
한국 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싸구려 마인드'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8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은 그에 앞서 국내에서 해 오던 모바일기기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중국과 인도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원가절감'이었다. 몇 푼 아끼겠다고 모바일 기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를 해외로 아웃소싱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은 이런 '싸구려 마인드'가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애플도 해외생산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지만,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 생산은 모두 자국에서 해 왔다. 애플도 2000년대 초중반에 인도로 대규모 아웃소싱을 고려한 적이 있으나 모든 계획을 백지화했다. 경쟁력의 핵심요소를 잃게 될 우려뿐 아니라, 인건비 면에서도 실익이 없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과 인도는 세계에서 인건비가 가장 빨리 오르는 나라들이다. 중국은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이 22%를 넘어섰다. 인도의 제조업 부문 임금 상승률은 13%였다. 삼성이 베트남에 눈을 돌리는 이유도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싸다는 판단 때문이다. 어리석은 일이다. 곧 베트남도 싼 인건비의 장점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올해 임금상승률은 12%로 이미 중국(8.5%)과 인도(11.4%)를 넘어섰다.
베트남이 임금경쟁력을 잃게 되면 더 싼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저숙련노동의 결함을 감수하고, 언어와 문화 차이에서 오는 비용을 부담하고, 거기에 수조원대의 생산시설까지 날리는 게 현명한 투자라고 생각하는가?
미국의 기술 분야 제조업 인건비를 100으로 놓을 때, 일본은 83, 한국은 44에 지나지 않는다. 충분히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교육수준과 숙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혹은 깨닫지 못하고) 인건비 몇 푼 아끼겠다며 국내 일자리를 앗아가는 아둔한 업체들 물건을 조건 없이 사 주어야 하는가?
제조업 되살리는 미국, '묻지마 아웃소싱' 하는 한국
비싼 임금에도 미국은 자국 기업의 생산공장을 국내로 되옮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월가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 산업기계, 철강 등의 분야에서 '제조업 되찾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고, 이런 분위기에 힙입어 지난 3년간 2만 5천 개 이상의 제조업체가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미국은 아이폰 등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도 국내에서 생산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번 기반이 사라진 제조업의 경쟁력을 되살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흔한 오해와 달리, 회사가 저임금 지역으로 옮겨 가는 것은 불가피한 일도 아니고, 현명한 일도 아니다.
토머스 게이건이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에서 잘 보여주듯, '경쟁력'을 구실로 직원을 해고하고, 임금을 줄이고, 더 싼 임금을 찾아 공장을 옮긴 기업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제조업체가 임금이 싼 곳으로 공장을 이전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난 현상이 품질 저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헛된 욕심이 노동자뿐 아니라 자신까지 파멸시키는 것이다.
'인건비'를 이유로 해외로 빠져나간 일자리가 현지인을 배려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 제조업체가 동남아 노동자들에게 보여 온 불법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우가 이 사실을 잘 말해준다. 국내에서 삼성전자에서 일한 뒤 희귀병에 걸린 사람들은 밝혀진 것만 146명이고 사망자는 58명에 달하지만, 삼성은 산업재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한국 업체는 '묻지마 아웃소싱'을 밀어붙이고, 언론과 정부는 멀뚱거리고 바라만 보고 있다. 보고만 있으면 다행이다. 적잖은 언론이 이런 행태에 박수까지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맹목적 애국 대신 합리적인 소비가 필요하다
아이폰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문제삼고 있는 한국언론은 국내업체, 특히 삼성에 대해서는 칭찬과 함구로 일관해 왔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갤럭시 3' 36기가 모델 단종 소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말했을 때, 언론은 이를 받아쓰기 바빴다. 사실확인을 통해 후속보도를 한 언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만일 애플이 그랬다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런 언론이 객관적이고 전문적 시각에서 기사를 쓸 수는 없다. 애플-삼성 소송이나, 삼성이 의존해 온 아몰레드(AMOLED)나 펜타일(PenTile) 기술의 근본적 결함 같은 것 말이다. 다음 기사에서 자세히 살피겠지만, 언론의 이런 무능과 직무유기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국내 산업과 업체 스스로도 경쟁력을 잃고 있다.
물론 같은 조건이면 한국 기업 물건을 사 주는 '배려'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장기적으로 한국사회나 산업발전에 이득인 경우에 한해서다. 하지만 잘 생각해야 한다. 국내 소비자의 도움을 빌려 성장하고 나서도 그들을 역차별하고, 가족의 직업을 빼앗고, 형제의 직업병을 은폐하고, 이렇게 돈을 벌어 재벌 후예들이 소규모 영업자 등을 치는 사업이나 벌인다면 말이다.
이런 맹목적 소비는 '애국'는 고사하고, '애사'와도 거리가 멀다. 기업도, 언론도, 심지어 정부도 국내소비자 편이 아닌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건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뿐이다.
출처: 오마이뉴스, 강인규 기자
좋은 기사여서 퍼왔다.
진짜 애국이라는 이유로 갤3 사는 인간들은
외제차 안타고 국산차 빨고
맥도날드 대신에 롯데리아 가고
스타벅스 대신에 커피빈을 가겠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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