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6/2012

뉴 맥북프로의 해상도에 여러분이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는 이유



 

 
팀 쿡이 6월 11일에 열릴 WWDC의 키노트에서 뉴 맥북프로와 어쩌면 뉴 아이맥을 소개하리라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최근 돌고있는 루머에 따르면, 이 새 맥들은 단순히 외형이 슬림해지거나 광학 드라이브가 제거되는 수준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사상 첫 맥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맥에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도입되는 것 역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해상도를 두 배 올린 방식을 떠올리며 현 세대의 15인치 맥북프로의 해상도가 1,440x900이니 레티나 15 인치 맥북프로 해상도는 2,880x1800가 될 것이라라는 예상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루머들이 정작 놓치고 있는 점은 이런식으로 애플이 맥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도입하더라도 딱히 큰 이득(benefit)이 없다는 점입니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도입했던 것이 크게 각광받았던 이유는 이전 세대 기기들의 화면을 보면 픽셀 하나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원문에서는 pixellated display라는 단어 사용했습니다). 아이폰 4 이전의 기기들은 레티나 기준의 53%를 만족시키는 수준이였습니다. 아이패드는 61%정도라 그나마 상황이 좀 나은편이었구요. 간단히 말해 아이패드와 아이폰 모두 레티나 기준의 절반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는데, 화소를 두 배 밀집하는 방법으로 쉽게 디스플레이 퀄리티를 레티나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레티나 개념의 디스플레이를 대부분의 맥에 도입하는데 있어 iOS 기기들에게 행해졌던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맥의 디스플레이가 레티나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뉴 아이패드 보다 훨씬 적은 픽셀만 있으면 됩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현재의 맥들이 이미 레티나급입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다라는 것은, 시력이 좋은 사람이 기기의 화면을 봤을 때 픽셀 하나하나를 거의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픽셀들의 밀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화면을 봐서는 픽셀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는 의미이지요.
 
여기까지는 이해되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습니다. 어느 수준으로 픽셀이 밀집해있어야 레티나 디스플레이다!라고 하는 마법의 숫자는 없다는 점입니다. 레티나 수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아이폰 4s는 인치당 329픽셀을 집적했고, 아이패드는 그보다 낮은 인치당 214.9 픽셀로도 레티나 수준을 만족할 수 있습니다. 왜 아이패드의 픽셀 밀집도가 아이폰보다 낮아도 되냐구요? 그것은 아이폰보다 아이패드를 눈에서 더 멀리 떨어뜨려 놓고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아이폰보다 눈과 화면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더 적은 픽셀로도 아이폰 만큼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눈에 기기의 화면이 가까울 수록 픽셀의 크기가 더 작아져야하고, 밀도는 높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인간의 눈으로 픽셀을 구분해 내지 못하는, 즉 '레티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화면이 눈에서 멀어지면 그에 따라 픽셀이 더 커지거나, 밀도를 낮추는 것이 가능합니다. -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되기 위해 픽셀만 무조건 많을 필요는 없습니다.
 
인치당 픽셀 수를 얼마 만큼 올려야 '레티나' 품질을 만족하는지 이를 계산할 수 있는 수학 공식이 있습니다. (DisplayMate Technologies의 레이먼드 로네이라 박사 제공) 이 공식을 이용해 비교적 쉽게 필요한 인치당 픽셀수를 산출해 낼 수 있습니다. TUAW의 Richard Gaywood가 이를 정리해 놓았습습니다. 
 
 
아래 표는 현재 맥들의 화면이 얼마나 레티나에 근접해 있는지 보여줍니다:
 

 
표에서 보다시피, 77% 수준의 맥북프로 15인치 기본 해상도 모델이 레티나 디스플레이에서 가장 동떨어진 모델이며, 15인치 고해상도 모델이 90%로 레티나 수준에 가장 가까운 모델입니다. (주석: 위 표에는 없지만 맥북프로 17' 모델은 레티나 만족도가 101%입니다.) 대부분의 맥들이 80~90% 수준인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 표를 보면서 뭔가 알아차리셨나요? 맥이 레티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애플이 굳이 해상도를 두 배나 올릴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지나칠 위험(Overkill)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맥들이 한 두 단계 더 높은 해상도를 장착하는 것으로써 레티나 수준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위 공식과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하면 최소한 어느정도의 해상도가 되어야 레티나 수준을 만족할 수 있는지 비교적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보이십니까? 그렇게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니죠. 사실, 이 정도만 해상도를 증가시켜도 대부분 105%의 레티나 품질 수치를 가지는 아이폰 4s보다 더 높은 수치가 나옵니다. 27' 아이맥의 경우 뉴 아이패드보다 훨씬 높은 133%의 레티나 품질 수치를 가집니다.
 
게다가, 해상도를 두배로 껑출 올리는 방식은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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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성능
 

 
배터리가 없는 아이맥의 경우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다고해서 문제될 것이 없지만, 맥북프로와 맥북에어의 배터리 효율에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를 보십시요. 애플이 아이패드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면서 배터리의 용량을 6944mAH에서 11,666 mAH로 거의 70%나 끌어올렸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 더 두껍고, 더 무거운데다 충전시간까지 더 오래 걸리는 아이패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애플이 왜 이렇게 아이패드의 배터리 용량을 무지막지하게 끌어올렸을까요? 복잡한 문제입니다만, 비교적 간단하게 설명하면, 디스플레이가 거의 모든 기기를 통틀어 가장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부품이라는 사실입니다. 픽셀 수를 늘리면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합니다. 보다 자세한 설명은, LCD 뒤에는 픽셀과 픽셀을 연결해주는 각종 트렌지스터와 전기회로망이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는데, 화면의 해상도가 올라가면 이런 '층'의 밀집도 역시 증가하며 빛이 통과하기 어렵게 됩니다. 이 층을 뚫고 이전과 같은 수준의 밝기를 가지려면 더욱 높은 수준으로 백라이트를 밝게 해야 합니다. 어찌되었건, 더 많은 픽셀 = 더 많은 전력 소모입니다.
 
애플은 그들이 만드는 기기가 최대한 얇고 가벼워 지길 원합니다. 헌데 배터리는 어느 기기를 불문하고 가장 두껍고 무거운 부품입니다. 이런 사항을 고려해 보면, 애플이 굳이 맥북 라인에 해상도를 두 배 올린 HiDPI 디스플레이를 도입하는 수를 두면서까지 배터리 효율을 크게 떨어뜨릴지 의문스럽습니다. 단지 조금만 해상도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배터리 효율의 큰 저해 없이, 여전히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맥북이라고 광고할 수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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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도 독립성
 

 
지금까지 레티나 수준을 만족하기 위해 애플이 맥북과 아이맥의 해상도를 엄청나게 올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맥의 해상도를 두 배로 올리지 않아도 되는 또 다른 이유를 하나 더 설명하려 합니다: OS X는 iOS보다 훨씬 해상도에 독립적인 운영체제 입니다.
 

 
UI 구성 요소를 화면에 표시할 때 픽셀 그리드에 딱 맞게 그려야 할(rendered) 필요가 없는 것을 해상도 독립성이라고 합니다. UI 구성 요소, 예를 들어 애플 로고같은 경우 화면에 표시하기 위해 정확히 얼마의 픽셀이 차지한다.. 같은 고정된 크기 개념이 없고 대신 화면의 크기에 따라 적당히 확대될 수 있고, 이에 따라 필요한 픽셀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주석: OS X의 UI 구성요소(아이콘등)중 상당수가 pdf 형식입니다.)
 
해상도 독립성 덕분에 OS X의 UI 구성 요소들이 1366x768 해상도의 11인치 맥북에서에서부터 2560x1440 해상도의 거대한 27인치 아이맥까지 거의 같은 크기로 보여질 수 있는 것 입니다. 이것은 다양한 화면 크기와 픽셀 밀집도를 가지는 디스플레이들을 모두 지원하기 위한 OS X라는 데스크탑 운영체제의 핵심 특성입니다.
 
이에 반해 iOS는 단지 두 종류의 화면 크기만 지원하면 됩니다. 3.5인치(아이폰)과 9.7인치(아이패드)죠. iOS는 해상도 독립적인 운영체제가 아닙니다. 아니 정확히 그 반대이죠. 철저하게 해상도 의존형인 운영체제입니다.
 
따라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도입하던 당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던 어플들을 호환성 문제가 있었는데, 애플이 취한 조치는 픽셀 밀도를 두 배로 올려버리는 것이였습니다. 즉, 아이폰 3Gs나 아이패드 2 상에서 하나의 가로 픽셀과 하나의 세로 픽셀로 표시되는 점을 뉴 아이패드에서는 두 가로 픽셀과 두 세로 픽셀로 표시하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OS X에서는 이런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운영체제와 어플들이 다양한 화면 크기와 해상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해상도를 두 배 올릴 필요가 없으며, 화면 크기에 따라 호환성을 걱정할 필요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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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애플은 WWDC의 메인 스테이지에 지금보다 해상도가 두배나 올라간 맥북프로 15'를 소개하며 모든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뒤 상황이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도입함으로써 생기는 전원 관리 문제, 그리고 맥은 iOS처럼 해상도를 두 배나 증가가 필요 없이 해상도를 약간만 증가시키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비춰보면 말입니다.
 
애플은 이미 지구상에서 최고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곳 중에 하나이며,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도입함에 있어서도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길을 갈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인간의 눈으로 픽셀을 구분할 수 없는 수준까지 해상도를 올리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일단 픽셀이 눈에 보이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는데 그 이상로 해상도를 올리는 것을 누가 신경쓸까요? 디스플레이의 품질을 논할 때 해상도 보다 중요시 해야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 밝기, 색상표현력, 암부표현력 말이죠. 아마 해상도 증가 레이스를 멈춰야 이런 것들에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번역: 클리앙 ONE™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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